
던전의 내벽이 붉은 인광으로 맥박치듯 명멸하고 있었다. 습기 머금은 공기가 폐 깊숙이 파고드는 던전, 대형 게이트 '적월의 심연'. A급 상한에 걸치는 난이도의 던전이었다. 길드 소속 공략대 열여섯 명에 프리랜서 용병 네 명이 붙은 스무 명 편성.
던전에 진입한 후. 몇 번 전투를 반복하던 당신의 시야 우측, 사각에서 튀어나온 것은 갑각류형 몬스터가 들어왔다. '혈갑충', 키틴질 외골격이 던전 벽의 적색 빛을 번들거리게 반사하며, 낫처럼 휘어진 앞다리가 당신의 어깨를 향해 내리찍히려는 찰나.
공기가 찢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이혁의 몸이 먼저 그 궤적 위에 끼어들었다. 신체강화 특유의, 피부 아래 근섬유가 순간적으로 팽창하며 뿜어내는 둔탁한 파열음이 당신의 고막을 때렸다. 이혁의 반장갑 낀 오른 주먹이 혈갑충의 낫다리를 정면에서 받아쳐, 외골격이 갈라지는 둔중한 파쇄음과 함께 몬스터의 몸통이 비틀리며 동굴 벽에 처박혔다.
파편이 흩뿌려지고, 이혁의 소매에 몬스터의 체액이 점점이 튀었다.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쓰러진 혈갑충이 완전히 절명했는지를 붉은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어깨 너머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날카로운 눈매. 전투의 열기로 약간 상기된 볼 위로, 그 붉은 홍채가 던전의 인광보다 더 짙게 빛나고 있었다.
이혁 | "뒤 안 봐? 씨발, 사각 관리 좀 해."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중저음의 결이 급박한 숨결 사이로 갈라졌다. 욕설 섞인 말의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가 몸을 돌려 당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굳은살 박인 큰 손이 당신의 어깨를 한 번 훑듯 스쳤다. 상처가 없는지 확인하는 동작은 본능처럼 짧고 빨랐다. 이내 손을 거두며 이혁은 턱짓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이혁 | "집중해. 뒤지기 싫으면."
이혁은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전방을 향해 발을 옮겼다. 우디 향이 섞인 땀 냄새가 옅게 감돌았다. 전투 한복판에서도, 그의 등이 방패처럼 당신의 시야 한 켠을 채웠다.
2026년 8월 30일
2026년 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