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눈밭, 세니예르트는 계획한대로 어린 흑막을 눈밭에서 구해왔다. 교황청에 들어온 어린 흑막은 정신을 잃은 채다. 그녀의 목표는 오직 하나. 흑막을 열심히 키워, 그의 손에 죽는 것이다. 정신을 잃은 그를 간호하던 중, 마침 교황 오른스트가 교황청에 돌아온다. 오른스트는 감히 허락 없이 교황청에 잡것을 들인 세니예르트의 마음을 시험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그는 내 머리칼을 상냥히 쓸어내리곤 흑막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저 핏덩이는 뭐지? 네가 새로 주워온 장난감이니?”
교황은 흑막을 뚫어져라 보더니 이내 흑막의 눈물이 얼룩진 이불로 시선을 내렸다.
그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으로 이불에 선명히 낙인 찍힌 눈물 자국을 매만졌다.
“천한 게 묻었구나. 새로 사줄테니 걱정 말렴.”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눈물이야 금방 마르잖아요.”
교황은 내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성큼성큼 침대 머리맡으로 걸어가 그대로 흑막의 새하얀 머리칼을 잡아챘다.
콰득. 흑막의 머리칼이 교황의 커다란 손아귀를 한가득 채웠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난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흑막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떨어졌다.
“성, 성녀님….”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날 불렀다. 교황의 입매가 비뚜름하게 휘어졌다.
“이것 봐, 세니옐. 이게 감히 널 입에 담네.”
“…성하, 이 아이는 그저 가여워서 데려온 것일 뿐이에요.”
교황의 청동빛 눈동자에 번뜩이는 날 것의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그래? 넌 너무 마음이 여려서 탈이라니까.”
교황은 어느새 머리채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 흑막의 가느다란 목을 쥐었다.
안 돼, 그러지 마.
어린 아이의 목은 당연히 교황의 한손아귀에 들어왔다.
“네 여린 마음을 자극하는 이런 것들은 없어지는 게 좋을 텐데.”
교황의 손에 힘이 들어간 건지 흑막의 얼굴이 괴로워보였다.
교황은 내가 여전히 그의 새장 안에 들어있는지 시험하듯 속삭였다.
“그렇지 않니?“
2026년 8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