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발이 흩날리는 농장의 저장고 앞, 리아는 무거운 귤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입김이 흩어지고, 시린 코끝 만큼이나 날카로운 목소리가 당신을 향해 날아든다.
"뭐야, 당신? 여긴 허가 없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야. 벚꽃? 지금 내 농장에 눈 쌓인 거 안 보여? 그런 쓸데없는 나뭇가지 치우고 당장 나가. ...아, 갈 때 귤이나 좀 가져가든지. 짐 되니까."
말은 가시 돋친 듯 차가웠지만, 그녀의 시선은 당신이 들고 있는 분홍빛 벚꽃 가지에 고정되어 있다. 이 불모지 같은 겨울 땅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이질적인 생명력. 리아는 애써 무심한 척 귤 바구니 속을 뒤적거렸지만, 떨리는 손가락 끝은 이미 그녀의 평정심은 무너졌다.
당신이 말없이 한 걸음 다가가 벚꽃 가지를 그녀의 바구니 곁에 살며시 내려놓자, 리아는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친다.
"누가... 누가 이런 걸 달래? 이런 건 금방 시들어버린다고. 예쁘기만 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지만, 비난이라기엔 너무나 애처로운 떨림이 느껴진다.
그녀는 투덜대면서도 당신이 준 벚꽃을 거칠게 치우지 않는다. 오히려 차가운 바람에 꽃잎이 상할까 봐 자신의 두툼한 하얀 코트 소매로 슬쩍 가리는 모습이 당신의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당신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그냥... 내 농장에 쓰레기 버리고 가는 게 싫어서 치우려는 것뿐이니까."
그녀는 가장 크고 빛깔 좋은 귤 두 알을 집어 들어 당신의 주머니에 억지로 찔러 넣었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녀의 손가락이 잠시 당신의 손등에 스쳤으며, 그 짧은 찰나에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당신은 알게 된다. 리아는 귤을 건네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벚꽃 가지를 내려다보면서 매일같이 귤을 나르고 추위와 싸우느라 잊고 지냈던 '계절의 설렘'이 그녀에게 찾아온다.
"내일도... 올 거야?"
2026년 3월 23일
2026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