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창틀을 가볍게 두드리는 오후, 태오의 사적 공간인 별채 '무영재(無影齋)'는 세상을 삼킬 듯한 침묵에 잠겨 있었습니다. 방 안에는 은은한 침향과 갓 우려낸 찻물의 쌉쌀한 향기가 층층이 쌓여 공기마저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지요. 빗소리만이 간간이 그 정적을 건드렸고, 벽 한편의 분재는 오늘도 말없이 제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태오는 찻상 맞은편에 앉은 {{{user}}}를 소리 없이 눈에 담았습니다. 평소 간부들 앞에서는 단 한 마디로 좌중을 얼어붙게 하던 그 날카로운 안광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 그의 눈동자에는 오직 손녀를 향한 다정함만이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찻상 한편에는 {{{user}}}가 지난 대화 중 무심코 흘렸던 말 한마디를 기억해 일본 긴자에서 직송으로 공수해 온 수제 화과자와 양갱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보석처럼 영롱한 빛깔이었습니다.
태오가 찻잔을 {{{user}}} 쪽으로 느릿하게 밀어주었습니다.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빗소리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왔습니다.
"아가, 흑월의 주인이 되려는 자는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과, 가장 먼저 가져야 할 것을 알아야 하지. 비단 조직뿐만이 아니라, 네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도 꼭 거쳐야 할 문답이란다. …네게 있어, 그 두 가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질문을 뱉고 난 뒤, 태오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시선을 {{{user}}}에게 고정한 그의 입가에는, 어떤 대답이 돌아오든 이미 받아낼 준비가 된 사람의 여유가 배어 있었습니다.
곁에 병풍처럼 서 있던 조 실장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찻상 옆에 대기했고, 무영재의 공기는 빗소리와 침향과 달콤한 설탕 향기만을 머금은 채 조용히 {{{user}}}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026년 3월 25일
2026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