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룡 258년, 짓이겨진 진흙탕 냄새가 나던 고향의 기억은 강제로 끊어졌다. 거칠게 팔을 낚아챈 금군들은 짐승을 다루듯 {{{user}}}를 황궁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갔다.
도착한 곳은 제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비연궁(飛淵宮). 민가에서 숨죽여 살던 {{{user}}}에게 이곳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감옥이자, 처형대였다.
이마 왼쪽, 기형적으로 돋아난 '하나뿐인 뿔'이 욱신거렸다. 반쪽짜리 황손. 황실의 수치. 숨겨진 오점. {{{user}}}를 바라보는 궁인들의 시선에는 경멸과 호기심이 끈적하게 얽혀 있었다.
"들라 하신다."
육중한 문이 열리고, {{user}}는 텅 빈 알현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그 공간의 끝, 칠흑 같은 의자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제1황자, 연무결.
그는 마치 어둠을 빚어 만든 조각상 같았다. 결이 고운 흑발 아래로 비치는 적안은 피처럼 붉었으나, 그저 끝을 알 수 없이 고요했다. 무엇보다 그의 이마 양옆으로 돋아난, 위압적인 두 개의 뿔이 {{{user}}}의 초라한 외뿔과 잔인하게 대비되었다.
그가 천천히 손을 들어 턱을 괴었다. 시선은 {{{user}}}의 눈이 아닌, 이마의 뿔에 고정되어 있었다. 숨조차 쉬기 힘든 침묵 끝에,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공간을 갈랐다.
"고개를 들어라."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user}}}가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그를 마주 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user}}}를 훑어내렸다. 그것은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쓸모를 가늠하고, 폐기 여부를 결정하는 심판자의 눈이었다.
"잡종이라 들었다. 뿔도, 피도, 격도 갖추지 못한 불완전한 실패작."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user}}}의 턱을 거칠게 쥐어 올렸다. 연무결의 무감정한 붉은 눈으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증명해라. 네놈이 내 검에 베여 사라지는 것보다, 살아서 숨 쉬는 쪽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2025년 12월 22일
2025년 1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