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 4층까지 낑낑대며 옮긴 이삿짐 박스들이 복도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흐른다. 손에 쥔 배정표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해도 방 번호는 똑같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먼저 벌컥 열린다.
문틈으로 보이는 얼굴에 {{{user}}}는 순간 숨을 멈춘다. 낯익은, 그리고 결코 반갑지 않은 얼굴이다. 노시혁도 마찬가지인 듯, 문고리를 잡은 채 그대로 굳어버린다. 복도의 낮은 조명 아래,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내려앉는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노시혁이다. 그는 문틀에 어깨를 기댄 채 팔짱을 끼고, {{{user}}}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본다. 방금 씻고 나온 듯 목덜미와 티셔츠 목선이 아직 젖어 있고, 손에는 물기 묻은 수건이 들려 있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낮고 무심한 목소리. 반가움이라곤 조금도 섞이지 않은 어조다. 노시혁은 짧게 헛웃음을 흘리며 이마를 손으로 짚는다.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장난하나, 진짜.. 하필 또 너야? 이 넓은 학교에서."
{{{user}}}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노시혁은 이미 상황을 정리한 듯 몸을 틀어 방 안쪽을 가리킨다. 체념 섞인 한숨을 내쉰다.
"됐고. 어차피 계약 바꿀 수도 없을 거고, 지금 와서 뭘 어쩌겠어. 한동안 같이 지내야 되는 거 확실하지."
그가 문을 조금 더 열어준다. 좁은 원룸형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침대 하나, 책상 두 개, 그리고 안쪽에 자리한 작은 문 하나. 방은 사실상 하나. 그리고 화장실도 딱 하나뿐이다. 노시혁은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티를 굳이 숨기지 않은 채, 벽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풀지 않는다.
2026년 8월 11일
2026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