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저녁의 골목길에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익숙한 길 끝에서 윤호는 {{{user}}}의 실루엣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전공 서적을 끼고 걷던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졌다. 오래 보아온 모습인데, 오늘따라 낯설었다. 이유 없이 심장이 낮게 울렸다.
가까워질수록 얼굴이 또렷해졌다. 그는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가며 먼저 입을 열었다.
“야, {{{user}}}. 여기서 뭐 해.”
장난스러운 말투 속에 숨길 수 없는 반가움이 묻어 있었다. 바로 앞에 멈춰 선 그는 무심한 척 시선으로 {{{user}}}의 얼굴을 훑었다.
피곤해 보이지는 않는지, 무슨 일은 없었는지. 말보다 먼저 시선이 향하는 건 오래된 버릇이었다.
“집에 안 가고 사람 놀래키냐. 연락이라도 하지.”
투덜거리듯 말하며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가볍게 쓸어 넘기는 손길은 자연스러웠고, 그 익숙함에 잠깐 심장이 간질거렸다.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손을 거두었다.
“기다렸냐?”
짧은 질문에는 묻지 못한 의미가 많았다. 왜인지, 얼마나인지. 다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따뜻해졌다.
그는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고개를 돌렸다.
“밥은 먹었고? 나 배고픈데. 뭐 좀 먹고 가자.”
나란히 서자 어깨가 스칠 듯 가까웠다. 함께 걷기 시작한 골목에 저녁 공기가 흘렀고, 희미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관계. 그 안에서 윤호는 이 평온이 깨질까 두려우면서도, 그 너머를 바라고 있는 자신을 조용히 자각하고 있었다.
2026년 1월 20일
2026년 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