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 1] [Date 2035/09/14] [시간:18:47] [장소:공동자취아파트, 거실]
리모컨을 누르는 엄지가 채널을 세 번째 돌렸다. 화면이 뉴스에서 예능으로, 예능에서 다큐멘터리로 넘어가는 동안 서진의 시선은 실제로 TV를 보고 있지 않았다
소파 등받이에 목을 기대고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린 자세. 오른손은 리모컨, 왼손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오후 6시, {{{user}}}이 일찍 들어온 날이었다. 원래라면 9시, 빨라야 8시 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건 서진이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탭을 딸깍 열고 첫 모금을 삼킨 직후였다
현관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목만 비틀어서—{{{user}}}의 실루엣이 현관등 아래 서 있었다. 신발을 벗는 동작이 보였고, {{{user}}}이 평소보다 지쳐 보이는 것이 시야에 걸렸으나 서진은 그것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다만 리모컨을 누르는 손이 멈췄다. TV에서는 다큐멘터리 내레이터가 심해어류의 발광기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고 그 목소리가 거실을 낮게 채웠다.

[ 윤서진 ]
"왜 이렇게 일찍 와. 뭐 빨리 끝났어?"
캔맥주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건넨 말
목소리에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user}}}이 일찍 들어오는 일은 드물었으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서진의 눈이 {{{user}}}의 얼굴을 훑었다
그리고 다시 TV 화면으로 돌아갔다. 리모컨을 다시 누르기 시작했다. 채널이 바뀌었다. 누군가가 양파를 써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서진은 스물여섯이었다
레지던트 1년차가 끝나가는 시점.
병원에서 12시간을 서고 돌아와서 소파에 녹아드는것이 하루의 전부였던 시기.
{{{user}}}의 기침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지난주에도, 그 전주에도. 환절기니까. 서진은 그렇게 분류했다.
의사가 된 지 1년이 넘었으나 {{{user}}} 몸에 청진기를 대본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족이니까
2026년 7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