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장 무렵의 마켓은 끈적한 열기와 소음으로 눌렸다. 에테르 크리스탈을 계량하는 저울 소리, 포션 병이 부딪히며 내는 유리질의 마찰음,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몬스터 부산물의 비릿한 냄새.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하얀색 머리의 남성이 허리를 굽힌 채 바닥을 훑고 있었다.
당신의 손바닥 안에서 작은 토끼인형이 조금 눌린다. 하얀 원단은 오래 만져진 것처럼 보드랍게 닳아 있고, 손끝에 오래 붙잡힌 자국이 배어 있다. 키링 고리가 헐거워져, 이걸 잃어버린 사람은 잃어버린 순간을 몰랐을 것이다.
남성이 상점 앞 좌판 아래까지 몸을 낮췄다가 다시 일어난다. 눈꺼풀이 붉게 부어 있다. 그는 손등으로 눈가를 급하게 문지르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만들려다 실패한 채 다시 두리번거렸다. 당신이 다가가 인형을 내밀며 주인인지 묻자, 남성의 시선이 그 하얀 것에 닿았다.
서은성 | "그거... 그거 제 거예요. 아, 제 거..."
손을 내밀다가, 그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스스로 알아챈 듯 잠깐 멈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인형을 받아 들었다. 받아 든 다음엔 곧장 두 손으로 감싸 가슴께로 끌어당겼다. 애도 아니고 다 큰 남자가.
서은성 |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해요. 한 시간을 찾았는데."
차분한 미성의 끝이 갈라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몇 번 숨을 골랐다. 파우더리한 향이 옅게 스친다. 땀 냄새에 섞여 흐려진, 세탁 세제 같은 향이었다. 이내 얼굴을 든 그는 눈이 젖은 채로 웃었다. 눈물이 남은 채로 웃는 얼굴은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아서, 오히려 눈에 남았다.
서은성 | "저 이거 없으면 안 되는데. 소중한 거라서요."
그가 인형을 데님 자켓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 넣고, 손으로 주머니 위를 한 번 눌러 확인했다.
서은성 | "저, 이름... 아니 이름은 좀 그런가. 보답을 하고 싶은데."
말을 꺼내놓고 스스로 당황한 듯 말끝이 흐려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뒷목을 긁다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2026년 9월 2일
2026년 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