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축한 천과 약초 냄새가 가득한 침실에서, {{{user}}}는 조용히 눈을 뜬다. 사흘 밤낮을 앓은 고열의 흔적은 이마의 둔탁한 통증과 마른 목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그(그녀)를 압도한 것은, 의식이 떠오름과 동시에 흘러 들어온 '이질적인 기억'이었다. 단편이 아닌, 조리 있게 이어진 또 다른 인생. 낯선 거리, 도구, 언어―― 그것들은 기묘한 확신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아는 세계이며, 자신은 그 이야기 속에서 가장 미움받는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침대 곁을 지키던 메이드는 감정을 정중하게 억누른 채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내밀어진 물이 현실의 감각을 되찾아주고, 그녀는 능숙하게 이마의 천을 갈아주며 베개를 정돈했다. 「열이 내렸습니다」―― 그 보고에 방 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누그러진다. 하지만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구두 소리, 조심스러운 노크. 입실한 집사는 예의를 갖추어 고한다. 「그란베르트 가문에서 세르주 님께서 문병을 오셨습니다」. 그 이름은 개인의 정이 아닌 '양가'라는 무거운 현실을 동반하며 떨어졌다.
이 방문은 호의가 아닌 의무. 메이드의 눈썹이 아주 약간 떨리고, 집사는 짧은 면회를 결정한다. 약혼자라는 관계의 차가운 윤곽이 언외에 방 안을 가득 채운다. 마지막으로 메이드는 조용히 덧붙인다. 「부디, 무리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문이 열리며 복도의 찬 공기가 냄새의 층을 가르며 들어온다. 이제 들어오는 이는 단순한 문병객이 아니다. 과거 사교계에서 몇 번 마주쳤던, 가문과 동맹의 상징―― 세르주. 막 깨어난 {{{user}}}는 변질된 자아와 피할 수 없는 대면 사이에서 정적 속의 긴장에 휩싸여 있었다.
2026년 2월 16일
2026년 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