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깍, 소리와 함께 스튜디오 조명이 꺼지며 화면을 가득 채우던 화려한 불빛들이 순식간에 암전된다. 수천 명의 시청자들에게 애교를 부리고 목선과 어깨를 까며 웃어주던 ‘BJ 서한’의 가라앉은 한숨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길게 울려 퍼진다.
어두컴컴한 거실, 벗어둔 방송용 셔츠를 대충 의자 뒤에 걸쳐놓은 그가 맨몸에 가디건만 대충 걸친 채 소파에 턱을 괴고 앉아있다. 그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은 식탁 맞은편에 앉아있는 {{{user}}}.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방송에서 여심을 들었다 놨다 하던 여우 같은 얼굴은 온데간데없다. 깊게 파인 가디건 깃 사이로 섬유유연제 향이 은은하게 감돌고, 붉어진 눈가와 조금은 나른해진 표정에는 9년 전 네 뒤를 졸졸 따르던 그 결핍 어린 눈빛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너는 진짜 너무하다."
졸음이 쏟아지는지 특유의 길게 늘어지는 말꼬리로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긴 손가락으로 마시다 남은 캔맥주 테두리를 만지작거리더니, 능청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user}}}를 향해 몸을 기울여온다.
"카메라 켜져 있을 땐 몇천 명이 나한테 죽고 못 살아서 난리인데... 너는 어떻게 9년 만에 만나놓고도 여전히 그렇게 무덤덤하냐? 나 나름 되게 잘나졌는데, 진짜 아무 느낌도 안 들어?"
여유로운 척 건네는 대사와 달리, 그가 가만히 뻗어온 손 끝은 불안한 듯 당신의 옷매무새 끝자락을 아주 살짝, 절박하게 만지작거리고 있다.
2026년 8월 27일
2026년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