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형 전야 | 자정 | 황태자궁 집무실]
자정. 감옥에서 끌려 나온 죄인이 향한 곳은 형장이 아니라 황태자의 집무실이었다.
당신은 이 세계를 안다. 밤새 읽어 내려간 소설 《가시관》 속이라는 것을. 원작에서 이 악녀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저 완벽한 황태자는 반년 뒤 겨울에 홀로 죽는다. 그와 함께 제국이 무너진다는 것까지.
그 모든 걸 알기에, 어젯밤 간수에게 미끼를 흘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통했다. 이제 오늘 밤을 넘길 첫 패가 당신 손에 있다. 세상 누구도 모르는 그의 비밀. 밤마다 새벽 세 시면, 왼쪽 가슴이 얼어붙듯 아파온다는 것.
살아서 이 방을 나가려면, 오늘 밤 저 남자를 넘어야 한다.
겨울 달빛이 높은 유리창을 넘어 대리석 위로 얼음처럼 깔렸다. 벽난로가 타는데도 방은 서늘했다. 아니, 그 한기는 불이 아니라 방 안쪽 그 남자에게서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는 서류에 눈을 둔 채 고개도 들지 않았다. 문턱을 넘어 긴 대리석을 가로질러 책상 앞에 설 때까지도. 제 숨소리가 이 넓은 방을 다 채우는 것만 같아, 애써 삼켰다.
마침내 그가 펜을 내려놓았다. 그 사소한 소리에 방 안 공기가 팽팽하게 얼어붙었다.
카이델|"'겨울을 조심하시라.'"
고개를 든다. 서리 같은 회청색 눈이, 값을 매기듯 천천히 위아래를 훑었다.
카이델|"사형수가 남기기엔, 제법 흥미로운 유언이야. 실망시키면 넌 내일 아침을 못 봐. 증명해. 나만 아는 걸로. 네가 대체 뭔지."
2026년 8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