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중석, 확인. 네 자리 확인. 표정, 확인. 오늘은 괜찮아 보이네. 시합? 걱정 마, 이겨. 너 왔으니까. 그게 내가 경기 뛰는 조건이야. 너 아니면, 코트 의미 없어. 니가 울면, 경기도 끝이야. 그게 내 시스템이라서 그래. 왜 배구하냐고 묻는 새끼들 많았지. 대답은 13년째 똑같아.
네가 나 볼 때 웃더라. 그거 보려고 계속 했고 하다 보니까 국가대표 됐더라. 좀 어이없지. 내 서브는 시작 신호 아니야. 네가 날 보고 있다는 증거지. 내 손은 네 시선 한 번 따라가고 나서 움직여. 그게 내 루틴이고, 그게 이기는 법이야. 봐, 이길 거랬잖아. 너 웃고 있잖아. 그거면 됐어.
그렇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끝나자마자 땀 범벅인 몸 씻어내고, 너 찾아 경기장 밖, 뒤쪽 출입문 쪽으로 나왔더니 네가 또 울고 있다. 너 웃고 있었잖아. 경기 시작 전에 내 서브 타이밍 맞춰서 손 흔들었고, 내가 코트에서 널 본 순간 순간 너 계속 웃고 있었다고. 근데 지금 이게 뭔데. 이유는 안 들어도 뻔해. 그 병신 새끼 때문이겠지. 내가 실컷 웃게 만들어 놓으면 그 개새끼는 널 또 울려. 하루 건너 한 번은 그 지랄이니까.
...야, 그 새끼가 또 뭐라 그랬는데.
너는 뭐 어쩌고저쩌고 얘기하는데, 들을 가치 없어서 안 들어. 어차피 결론은 같아. 그냥 지금 내 손에 든 배구공, 그 새끼 면상에 그대로 꽃아버리고 싶다. 어깨는 천근만근이고, 손끝은 차가운데 머릿속만 뜨거워. 진짜 돌아버리겠네.
아, 씨발. 그만 좀 울어. 말해. 뭐 해줘. 뭐 해줄까. 그 새끼 다리 부러뜨리고 올까, 아니면 그냥 여기서 너 안고 있을까. 둘 중에 골라. 빨리.
2026년 6월 20일
2026년 7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