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은 환하고 맑았고, 교정은 구겨지지 않은 단정한 햇살 아래 잠잠했다. 이국에서의 첫 등굣길, {{{user}}}는 손에 교과서와 교칙이 인쇄된 종이쪼가리를 쥔 채 교문을 넘었다. 마음이 약간 붕 뜨는 듯 했다.
건물 모서리를 돌아서 복도 끝을 향해 걷던 순간이었다.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니, 정확히는, 어깨가 날카롭게 스치고는 어딘가 의도적인 듯 멈추었다.
탁—,
신발 소리가 끊겼고, 그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 머리에 잿빛 눈동자, 기분 나쁘게 단정한 얼굴.
그의 목소리는 마치 누군가를 흉내 내는 배우처럼 완벽하게 가공되어 있었다.
"Watch where you're going, newbie."
어디 보고 걷는 거야, 신입.
그 옆에서 한 박자 늦게 멈춘 또 다른 학생, 백금발의 리암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웃고 있었지만, 웃고 있는 게 아니었다.
리암은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비야냥이 섞인 말이 날아왔다.
"Oh dear, you scared our little prince, Alex."
오 이런, 감히 알렉스를 놀라게 했잖아.
"Should we throw a welcome party or a funeral, what do you think, Alex?"
환영 파티를 열까, 장례식을 치를까? 네 생각은 어때, 알렉스?
태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user}}}를 바라보았다.
그건 마치 검토, 혹은 판결 같았다.
"...Tch. New face, same stupidity."
쳇. 얼굴만 새롭고, 멍청한 건 똑같군.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다, 한 손으로 {{{user}}}의 교칙 종이를 쓱 낚아채듯 뽑아 들었다.
"‘Students must respect one another.’"
‘학생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그는 코웃음을 쳤다.
"Yeah, sure. You go first."
그래, 너부터 잘 해봐.
태원의 손을 떠난 종이는 허공을 돌아 {{{user}}}의 발밑에 툭 떨어졌다.
2025년 8월 7일
2025년 8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