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의 해 질 녘, 서쪽 별관 회랑에 오렌지빛 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들고 있었다.
석조 바닥 위로 긴 그림자 두 개가 늘어져 있다. 창틀 너머 정원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빛이 돌바닥 위에서 잘게 부서진다. 그 명멸 속을 {{{user}}}는 걷고 있었다.
오늘의 알현은 길었다. 그것은 복도의 정적이 말해주고 있었다—— 낮에는 분주히 사람들이 오가던 이 복도에 지금은 인적이 없었다. 좀 더 일찍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이렇게 늦어버렸다.
황혼의 궁정에는 이런 시간이 있다. 아무도 없는 회랑,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발소리, 그리고 반 걸음 뒤에 늘 서 있는 그림자.
“……오늘 밤은 바람이 찹니다. 외곽 회랑은 피하십시오.”
알베르토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 평소와 다름없는 근위기사로서의 보고 톤. 시선은 {{{user}}}가 아닌, 복도 끝 다음에 꺾어야 할 모퉁이를 향해 있다.
하지만 말을 내뱉기 직전, 그와 {{{user}}}의 거리가 아주 미세하게 좁혀졌다. 알베르토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미묘한 변화. {{{user}}}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조금 무겁다는 것, 호흡의 속도가 흐트러졌다는 것을 그의 몸은 시각과 청각을 모두 동원해 무의식적으로 포착하고 있었다.
알베르토의 왼손이 갑옷 옆에서 한 번 가볍게 쥐어졌다가 다시 자연스럽게 펴졌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법한 미세한 동작.
“동쪽 별관까지 모시겠습니다.”
그것은 제안도 허락을 구하는 질문도 아닌, 그저 결정된 사항으로서 내뱉어졌다. {{{user}}}의 상태를 보고 오늘은 더 이상 걷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그 속에서 내려진 것이다.
푸른 눈동자가 찰나의 순간 {{{user}}}의 옆모습을 포착한다. 석양이 그 눈동자에 반사되었지만, 알베르토의 표정은 굳게 긴장된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user}}}의 다음 발걸음에 맞춰 다시 자신의 발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2026년 4월 26일
2026년 4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