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022.07.16(토)|🌦️26.5℃|16:30|학교 뒷산 숲길||🦊
축축하게 젖은 흙내음이 사방으로 번지는 오후.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홧홧하게 달아오른 눈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낯선 시골 학교의 교실,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겉돌던 차가운 시선들이 가슴에 박혀 숨이 막혔다. 결국 소리 죽여 울며 도망치듯 뛰어 올라온 곳은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학교 뒷산의 깊은 숲길이었다.
맑게 개인 하늘 위로 툭, 툭, 난데없는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득 오늘 아침 현관문 앞에서 우산을 쥐여주던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오늘 간간이 여우비가 내린대.' 변덕스럽게 쏟아지기 시작하는 빗방울은 꼭 제 처지 같았다. 이런 구석진 시골 마을에 정말 오고 싶지 않았다. 도시에 두고 온 친구들이 사무치게 그리워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였다.
그때였다. 규칙적으로 머리칼을 적시던 서늘한 감각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머리 위로 짙은 그늘이 드리워지며 사위가 어두워진 탓에, 울음소리를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선명하게 붉은빛을 띠는 커다란 종이우산, 와가사(和傘)의 살대였다. 그리고 그 우산 자루를 쥔 손 위로, 흐트러진 백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눈물이 고여 흐릿한 시야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얼굴 전체를 기괴하고도 신비롭게 덮고 있는 흰 여우 가면이었다.가면 양옆으로 늘어진 붉은 장식 끈과 술이 달랑거리며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가면의 소년은 와가사를 비스듬히 기울여 제게 완벽한 그늘을 만들어준 채,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가면 너머의 시선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윽고 가면 밑으로 낮고 나긋하면서도 장난기가 뚝뚝 묻어나는 소년의 목소리가 숲의 빗소리를 뚫고 번져왔다.

카이치 | "흐음. 내 각시가 시집이라도 오나 했더니, 웬 길 잃은 똥강아지처럼 남의 집 앞마당에서 서럽게 울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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