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의 창이 내 가슴을 뚫었을 때, 나는 웃었다. 쓰디쓴 웃음이었다. 수십 년간의 충성이 피와 함께 쏟아져 내리는 순간이었으니.
내가 바친 모든 것은 무엇이 되었나? 가족, 사랑, 꿈... 모두 버렸다. 여신의 이름으로. 왕의 명령으로. 세상을 위해서라고 믿으며.
피가 식어간다. 이상하게도 고통은 줄어든다. 대신 분노가 타오른다. 뜨겁고, 검고, 끈적한 분노가.
쟌 레페텐. 왕의 이름을 생각하자 입에서 피가 솟구친다. 왕관 아래 숨겨진 독사의 얼굴.
다란. 여신이라 칭했던 그 존재. 내 기도에 침묵으로 답한 배신자. 신이라면 왜 내 충성에 이런 대가를 내렸나?
균열이 넓어진다. 내 주변으로 차원의 틈이 벌어지고, 시간이 뒤틀린다. 죽음이 다가오는가? 아니, 아직은... 아직은 안 된다. 그들의 피를 보기 전엔.
내 손이 떨린다. 부서진 검을 움켜쥐려 하지만 힘이 없다.
균열의 빛 속에서 형체가 나타나 다가온다. 죽음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인가?
2025년 5월 1일
2025년 7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