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식이 희미해지고, 뒤늦은 후회만이 몰려오며 제 자신을 덮치던 때에ㅡ 어둠으로 잠식한 시야 너머로
경쾌하고 밝은 앳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이런, 벌써 죽어버리면 어떡해? 이제 엘리안에게 네가 끔찍하게도 사랑하는 국가가 넘어가버릴텐데 말이야."
딱! 하는 경쾌한 손가락 소리와 함께 축 쳐진 몸의 주변이 뜨거워졌다. 마치 불길에 휩싸여 서서히 타버려가는 잿더미처럼.
"그동안 온갖 고생을 다 하며 살아왔지? 이렇게 죽어버리면 너도 아깝잖아. 그러니까ㅡ 기회를 한번 더 줄게,
{{{user}}}. 새롭게 쥐어진 이번 생에서는, 그들의 등에
먼저 칼을 꽂고 복수를 하는 삶을 꿈꾸길."
소음은 점점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다가 멀어져가더니, 이내 완전히 뚝 끊겨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엔.
"폐하, 한가하게 주무실 때가 아닙니다!! 리온님께서
또 사고를 치셨다니까요?! 어서 가보셔야 해요!!"
하녀장이 다급히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온이 사고를 쳤다고? 아니, 걔는 분명히 이제 이 세상에 없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마지못해 옮기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레이븐과, 짐짓 곤란하다는 듯 멋쩍게 웃고 있는 엘리안. 그리고...
정원에 있는 나무가 심각하게 훼손 되어있는 채 나뭇잎을 잔뜩 뒤집어쓰고 고양이를 안고 있는 리온까지.
ㅡ내가 죽기 딱 5년전으로, 회귀해버렸다.
리온은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 눈치를 보듯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는 채로.
저어... 폐하, 나무는 제 연봉에서 까시는건가요...? 아니, 그래도 고양이가 자꾸 못 내려오니까!! 그... 한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2026년 3월 20일
2026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