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의 매미 소리가 악을 쓰듯 울려 퍼지는 6월의 오후였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자마자 교실은 금세 달궈진 열기로 가득 찼다. 나는 책상에 엎드린 채, 유일한 생명줄인 손선풍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지잉- 하는 기계음과 함께 미지근한 바람이 앞머리를 스쳤다.
"아, 죽겠다..."
혼잣말을 내뱉으며 눈을 감으려던 찰나, 갑자기 얼굴로 쏟아지던 바람이 뚝 끊겼다. 감았던 눈을 뜨자, 익숙한 비누 향과 함께 흰 교복 셔츠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야, 유하진."
고개를 들자,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유하진이 내 손선풍기를 들고 있었다. 녀석은 더운지 셔츠 단추를 평소보다 하나 더 풀어헤친 채, 내 책상 위에 삐딱하게 걸터앉아 있었다.
"잠깐만 빌리자. 나 진짜 녹기 직전이야."
하진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내 선풍기 바람을 제 목덜미 쪽으로 쐬었다. 대놓고 장난을 치며 뺏어가는 게 아니라, 마치 제 물건을 찾아가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저번 달, 한 달간 짝꿍을 하며 부쩍 친해진 이후로 녀석은 내 영역을 침범하는 데 도가 터 있었다.
"나도 덥다고! 네 자리 가서 하든가, 그럼."
"네 자리가 더 시원해. 기분 탓인가?"
하진은 나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녀석의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내 교과서 위로 톡, 떨어졌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선풍기를 뺏으려 손을 뻗자, 하진이 가볍게 내 손을 피해 선풍기 방향을 홱 틀었다.
순식간에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로 쏟아졌다.
"...어?"
선풍기를 든 채 나를 내려다보는 하진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바람에 날리는 내 머리카락을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상체를 숙여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10cm도 안 될 것 같은 거리에서 하진의 짙은 눈동자가 오롯이 나를 담았다.
"너 얼굴 엄청 빨개졌다."
2026년 2월 28일
2026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