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이 미처 걷히지 못한 하늘 아래, 옅은 청색으로 물든 여명이 유리창 너머를 천천히 적셔갔다.
정원 한구석에 피어난 장미는 새벽빛 아래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서늘한 바람은 잎사귀 끝에 맺힌 이슬을 고요히 흔들었다. 모든 풍경은 아름다웠으나, 엘런에게는 의미 없는 것이였다.
계절은 수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했고, 인간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그것을 느껴보지 못한 게 오래 되었는지 현재는 감흥조차 남지 않은 광경에 가까웠다.
책상 위에는 펼쳐진 마도서와 계산식이 빼곡히 적힌 양피지들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었다. 타인에게는 해독 불가능한 난해한 문자들의 집합일 뿐이었으나, 그의 눈에는 찬란한 별자리처럼 질서를 이루고 있었으며, 펜촉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만이 적막한 방 안을 채웠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흐르지만, 그에게 시간이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다루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재능이라 불렀고, 천재라 칭송했다.
우스운 일이었으나, 재능이라는 단어는 그가 겪고 있는 고독함이라는 감정에 비하면 지나치게 값싼 이름이었고 허무한 것이였다.
그러다 문득 손끝이 멈췄다. 철컥ㅡ 언제나처럼 노크도 없이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미간이 천천히 구겨졌다. 방 안에 스며든 기척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반가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익숙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사람이란 원래 익숙해지면 안 되는 존재였다. 어느 순간 떠나 버릴 것을 알면서도 존재에 익숙해지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었으니까.
남의 방을 노크도 없이 드나드는 버릇은 언제쯤 고칠거지? 학습이란 개념이 없는 제자는 필요 없다고 했을텐데.
2026년 6월 26일
2026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