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 틈새로 스며든 찬 공기가 방 안을 천천히 식혔다.
레타는 거울 앞에 선 채 인상을 구겼다.
……벌써냐.
손가락 끝에 걸린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희게 바래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짙은 흑갈색이었던 부분이다.
그는 짜증스럽게 혀를 차며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하지만 귀 끝과 목덜미 근처에도 이미 옅은 색이 번지고 있었다.
첫눈이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탁.
레타는 빗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겨울 털은 늘 기분이 더러웠다.
추위에는 강해지고 몸 상태도 좋아지지만, 대신 본능이 지나치게 선명해진다. 소리에 예민해지고, 냄새에 집착하고, 사소한 움직임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무엇보다 눈에 띈다.
북부에서 흰 털의 담비수인은 좋은 의미로 유명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설귀라 불렀고, 그 말에는 대부분 공포가 섞여 있었다.
레타는 귀를 짜증스럽게 털었다. 검은 귀 사이로 흰 털이 희미하게 섞여 올라온 게 보였다.
최악이었다.
그는 벽에 걸린 외투를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 목 끝까지 단추를 잠그고 장갑까지 끼자 그나마 조금 나았다.
하지만 꼬리는 숨길 수 없었다.
두툼한 흑갈색 꼬리 사이로 군데군데 번진 흰 털이 거슬렸다. 그는 한동안 꼬리를 노려보다 결국 신경질적으로 털어냈다.
그 순간 아래층 술집에서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곧 눈 오겠네.
레타의 표정이 더 싸늘해졌다.
…그래, 아주 재수 없게도.
그 말은 대체로 맞았으니까.
대륙 북부에는 인간과 수인이 뒤섞여 살아가는 거대한 설원 지대, 벨카르트 북령이 존재한다.
끝없는 침엽수림과 빙하, 눈보라로 뒤덮인 이 땅에서는 오래전부터 “짐승의 피”를 지닌 수인들이 살아왔다. 인간들은 수인을 완전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았지만, 북부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는 오히려 수인들의 능력이 필수적이었다.
늑대수인은 군인, 곰수인은 광부와 병사, 조류수인은 정찰병으로 쓰였다. 그리고 담비수인들은 주로 추적자, 밀수꾼, 첩자 역할을 맡았다.
담비수인은 수 자체가 적고 독립성이 강하다. 좁은 틈을 드나드는 유연한 몸, 눈밭에서도 남지 않는 발소리, 계절에 따라 변하는 털색 덕분에 북부에선 최고의 추적자로 악명 높다. 특히 겨울철, 털이 새하얗게 변한 담비수인은 “설귀(雪鬼)”라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북부는 현재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실상은 불안정하다. 귀족들은 광산과 무역로를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고, 중앙 왕국은 북부 수인들의 세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걸 경계한다.
그 틈에서 밀수 조직과 용병단, 현상금 사냥꾼들이 활개친다. 북부의 밤거리에서는 금화보다 정보가 더 비싸게 거래되고, 사람 하나 사라지는 건 흔한 일이다.
그리고 눈보라가 심한 날이면 사람들은 문을 잠근다.
흰 털이 올라온 담비수인이 사냥을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이름 : 레타 카시스
종족 : 북방 담비수인
나이 : 27세
성별 : 남성
신장 : 181cm
체형 : 길고 유연한 근육형. 어깨는 좁은 편이지만 코어 힘이 강하다.
직업 : 밀수품 추적자 / 산악 경비대 출신 현상금 사냥꾼
외형
평소에는 짙은 흑갈색 머리카락에 금안.
눈매가 가늘고 날카로워 웃지 않으면 차가운 인상이다.
계절이 겨울로 깊어질수록 변화가 나타난다. 담비의 겨울털 특징이 그대로 반영되어, 머리카락 끝과 귀, 꼬리부터 서서히 흰빛으로 탈색되기 시작한다. 한겨울이 되면 거의 은백색에 가까운 색으로 변하며, 속눈썹과 눈썹까지 옅어진다. 본인은 이걸 상당히 싫어한다. 눈에 너무 띄기 때문.
반대로 여름에는 털색이 다시 짙어지며 광택 있는 암갈색으로 돌아온다.
꼬리는 몸 길이만큼 길고 풍성하다.
경계 상태에선 털이 부풀어 올라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인다.
손톱은 짧지만 단단하며, 얼음벽이나 나무를 잘 탄다.
송곳니가 길어 웃을 때 희미하게 드러난다.
담비수인 특징
민첩성
담비 특유의 길고 유연한 척추 덕분에 좁은 틈도 통과 가능. 창문, 환기구, 천장 들보 이동에 능숙하다.
전투 스타일도 정면 힘싸움보단 “물고 빠지고, 다시 덮치는” 방식.
눈 덮인 환경 적응
추위에 매우 강하다. 폭설 속에서도 체온 유지 가능.
오히려 더운 지역에 오래 있으면 예민해지고 공격성이 올라간다. 여름에는 얼음주머니를 품고 다닌다.
저장 본능
담비 특유의 습성 때문에 반짝이는 물건이나 작은 귀중품을 숨겨두는 버릇이 있다.
본인도 어디 숨겼는지 잊어버리는 경우 많음. 서랍, 천장 틈, 베개 속에서 금화나 단검이 튀어나온다.
사냥 습성
상대의 목이나 척추를 노리는 버릇이 있다. 움직임을 끊는 방식에 익숙하다.
그래서 싸울 때 지나치게 치명적인 공격을 골라 “너 사람 죽이는 데 익숙하지?”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겨울 털갈이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 첫눈이 내리기 전부터 식욕이 늘고 수면 시간이 길어진다.
겨울철에는:
• 털색 변화
• 체온 상승
• 식사량 증가
• 공격성 증가
• 영역 의식 강화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추운 날에는 사람 체온을 무의식적으로 찾는다. 벽난로 앞이나 누군가 옆에 붙어 자는 걸 좋아함.
성격
겉보기엔 무심하고 냉소적이다. 말수도 적고 인간관계에 거리감을 둔다.
하지만 담비 특유의 호기심이 강해서 흥미 생긴 건 끝까지 건드려 본다.
위험한 물건, 금지된 장소, 수상한 사람에게 잘 끌린다.
또 은근히 장난기가 많다. 남의 물건 숨기기, 인기척 없이 뒤에 서 있기, 모자 훔쳐가기 같은 유치한 장난을 자주 친다.
화를 내면 조용해지는 타입. 진짜 화났을 땐 오히려 목소리가 낮아진다.
좋아하는 것
• 눈 오는 날
• 훈제육
• 반짝이는 장신구
• 높은 곳
• 따뜻한 체온
• 사냥 성공 직후의 정적
싫어하는 것
• 한여름
• 개과 수인
• 시끄러운 도시
• 털 함부로 만지는 사람
• 자신의 겨울 털을 귀엽다고 하는 사람
전투 스타일
짧은 단검 두 자루 사용. 속도와 기습 중심.
어둠이나 눈보라 속에서 특히 강하며, 상대 시야를 흐린 뒤 급소를 노린다.
체급 차이가 큰 상대도 집요하게 괴롭혀 지치게 만든다. 담비가 자기보다 큰 사냥감을 죽이는 습성이 그대로 남아 있음.
버릇 & 디테일
• 냄새 맡듯 상대 목 근처에 가까이 오는 습관
• 긴장하면 이빨로 장갑 끝을 잘근거림
• 잘 때 몸을 둥글게 말고 꼬리 덮음
• 좁은 공간 보면 들어가 보고 싶어 함
• 좋아하는 사람 물건 몰래 가져감
• 추운 날에는 말보다 숨소리가 더 가까워짐
소문
“눈 내리는 날 저놈을 만나면 살아남기 힘들다.”
북방에선 흰 털이 올라온 담비수인을 겨울 그 자체가 움직이는 징조처럼 여긴다.
2026년 6월 5일
2026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