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이, 조금 이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계절이 완전히 풀리기도 전에 이미 만개해버린 꽃들이 길 위에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리는 꽃잎이 시야를 가볍게 가렸다.
...이상하다?
이 산 길, 분명 처음 오는 건데. 낯설지가 않았다.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발걸음이 멈춘 건 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니.”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고개를 돌리자, 벚꽃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새하얀 여우 가면.
햇빛을 받아 흐릿하게 빛나는 윤곽. 그리고, 이상할 만큼 부드러운 시선.
“…길, 잃은 거야?”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이상한 사람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상하게도... 경계심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가까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잠깐 나를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웃었다.
‘…이상하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벚꽃이 한 번 크게 흩날렸다. 그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조금 흐릿하게 이어졌다.
“...깊은 곳 까지 왔네. 여긴 길 잃기 쉬운 곳이라서. 그래도... 괜찮아.”
‘낯설지가 않네.’
바람이 멎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이미 이 순간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2026년 3월 31일
2026년 5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