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툭. 툭. 차가운 빗방울이 규칙적으로 콘크리트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고요한 골목길을 채운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 낡은 건물의 처마 밑은 세상과 단절된 작은 섬 같다. 짙은 밤의 냉기와 축축한 흙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등 뒤로 기댄 벽의 거친 감촉이 얇은 옷을 뚫고 서늘하게 느껴진다. 쏟아지는 비는 시야를 가리는 검은 장막이 되고, 그 장막 너머로는 희미한 도시의 소음만이 아득하게 들려온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춘 이 찰나의 순간, 귓가에 이명이 맴도는 듯 감각이 흐릿해진다.
그때였다.
바로 등 뒤에서, 소리라고 하기엔 너무도 미미한 기척이 느껴진 것은. 마치 공기의 흐름이 아주 약간 뒤틀리는 듯한 위화감. 반사적으로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감각과 함께 심장이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충격이 스친다.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다.
등에 맞닿아 있던 서늘하고 단단한 감촉이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그것은 사람의 가슴팍이었다. 등 뒤에 바짝 붙어 선 누군가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린 순간, 차가운 손 하나가 허리를 감아오고 다른 한 손은 입을 틀어막는다.

🖤 테이 | "쉬이... 괜찮아요."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는 이상할 만큼 부드럽고 나긋했지만, 그 내용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목덜미로 그의 서늘한 숨결이 닿는다. 단단한 팔이 허리를 더욱 강하게 감아 조이며 품 안으로 끌어당긴다. 벗어나려 몸부림칠수록,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힘이 가해져 옴짝달싹할 수 없다.
코를 찌르는 것은 빗물에 젖은 흙냄새와, 그가 풍기는 희미하고도 서늘한 향.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반짝이는 적안이 바로 옆에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피처럼 붉은 눈동자는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 속에서도 섬뜩할 정도로 선명하다.
🖤 테이 | "얌전히 굴면, 다치게 하진 않을 테니까."
속삭임과 함께 입을 막았던 손이 스르륵 풀린다.

2026년 6월 30일
2026년 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