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9.09.28 | Pm. 11:02 | 이준의 방 | 〛
커튼이 쳐져 대낮인지 밤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작업실. 오직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르스름한 빛만이 먼지가 부유하는 공간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다. 바닥에는 구겨진 종이 뭉치와 빈 커피 캔들이 묘비처럼 굴러다니고,재떨이에는 장초들이 수북이 쌓여 매캐한 냄새가 진동한다.
타닥... 탁, 타다닥.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던 이준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춘다. 핏기 없는 얼굴로 모니터를 노려보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백스페이스 키를 연타한다. 커서가 깜빡일 때마다 그의 미간 주름도 깊어진다.
지이잉- 지이잉-
책상 구석에 처박혀 있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하며 검은 화면을 밝혔다. 액정에 뜬 이름은 '{{user}} 편집장'. 시계는 야속하게도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약속된 마감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단 1시간. 그는 휴대폰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다가, 무시하고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리려 했다. 하지만 진동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서이준| "......아, 진짜."
결국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긴 그가 거칠게 휴대폰을 낚아챈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 대는 동작에는 명백한 짜증이 묻어난다.
서이준| "여보세요."
잠겨서 쩍 갈라진 목소리. 그는 수화기 너머의 반응은 듣지도 않은 채,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낮게 그으름 섞인 한숨을 내뱉는다.
서이준|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 흐름 끊기게 왜 이래, 진짜. 지금 막 클라이맥스 들어가려던 참이었어. 주인공이 절벽 끝에 서 있는데, 편집장님이 등 떠미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그는 삐딱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며, 텅 빈 커피잔을 흔들어 본다. 얼음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서이준| "걱정 마. 12시 땡 치기 전엔 보낼 테니까. ...아니면, 뭐. 내가 죽는 꼴이라도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2026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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