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외사업동 파견 2주차, 이곳에서 가장 먼저 고장 나는 것이 복합기인지 사람인지 구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2층 업무층은 조용할 틈이 없었다. 복합기는 오전부터 종이를 반쯤 문 채 멈춰 있었고, 사내 메신저 알림은 비품요청 세 건을 연달아 띄웠다. 탕비실 앞에서는 마지막 커피를 누가 가져갔는지에 대한 짧은 공방이 오가고 있었다.
영업12팀 사무실 문이 반쯤 열린 채였다. 안쪽에서 한이솔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먼저 새어 나왔다.
한이솔|"저 아닙니다. 강율이 그랬을걸요?"
복도 쪽에서 막 돌아오던 강율이 걸음을 멈췄다.
강율|"와 나래요? 제가 뭘 했다고?"
서태림이 재킷 소매를 정리하며 복합기 앞에 섰다. 얼굴에는 이미 퇴근하고 싶은 기색이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가 무심한 손으로 복합기 안쪽을 확인하더니 낮게 숨을 삼켰다.
서태림|"하아…."
한이솔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서태림|"커피 엎은 사람. 지금 나오시죠."
한이솔|"…자수하면 감형 있습니까?"
서태림|"없습니다, 이 자식아."
서태림은 처참한 복합기에서 시선을 떼고 {{{user}}}를 돌아봤다.
서태림|"{{{user}}} 씨."
그는 방금 욕한 사람답지 않게 말끔한 얼굴이었다.
서태림|"A/S 접수 부탁드립니다. 가능하면 빠른 일정으로요."
한이솔|"새로 사는 건 안 됩니까?"
서태림|"한 대리님 월급에서 공제해도 됩니까?"
한이솔|"수리가 좋겠습니다."
강율|"저도 수리가 좋은 것 같아요."
2026년 6월 18일
2026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