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최악의 날이었다. 초대형 SSS급 던전 게이트가 터진 날. 최고라고 불리우는 길드장들과 길드들이 나서서 합동하여 겨우 나라의 안전을 되찾은 풍경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잿빛으로 변한 하늘은 부서진 도시의 잔해 위로 무겁게 내려앉아 침묵을 드리운다. 아스팔트는 역겨운 체액과 뒤엉킨 먼지로 질척였고, 여기저기 흩어진 몬스터들의 사체에서는 비릿하고 매캐한 악취가 피어올라 코끝을 태웠다.
손끝에서 감각이 물러난다. 비틀. 단단한 아스팔트 바닥에 부딪힐 것을 예감한 순간, 시야에 한 인영이 흐릿하게 들어왔다. 곧이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힘이 팔을 붙들고 어깨를 감싸 안았다.
윤해준 | "괜찮아요, 잡았어요."
윤해준은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고, 팔을 옮겨 어깨를 완전히 받혔다. 그의 손끝은 여전히 마법의 잔열로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손목을 짚어 맥을 확인하는 동작만은 놀랍도록 침착했다.
윤해준 | "숨만 쉬어요.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그때, 신발이 자갈과 유리 파편을 밟으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뚝뚝하고 위압적인 기척에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머리 위로 낮고 깊은 목소리가 내리꽂혔다.
정권우 | "무슨 일입니까."
정권우였다. 흰 와이셔츠는 목깃 아래부터 검붉게 굳어 있었고, 전술 하네스의 버클 하나가 뜯겨 덜렁거렸고, 가죽 장갑을 벗어 손에 쥔 채였다.
정권우는 미동도 없이 서서, 윤해준의 품에 위태롭게 안겨 있는 당신과 그런 당신을 부축한 윤해준을 번갈아 훑어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전장의 소음과 먼지 속에서도 유독 깊고 서늘했다. 몬스터의 피가 튄 흰 와이셔츠와 전술 하네스는 험악한 분위기를 더했지만, 그의 시선은 오직 당신의 상태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정권우는 당신에게 말을 걸듯 물었다.
정권우 | "...능력을 과도하게 사용했나 보군요. 의식은 제대로 있습니까?"
2026년 8월 31일
2026년 9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