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도는 한낮의 빛에 하얗게 메말라 있었다.
단단하게 다져진 흙길 끝에, 하나의 그림자가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것이 쓰러져 있는 청년임을 알 수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수려한 모습이었다. 내팽개쳐진 모습임에도 선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모래를 뒤집어쓴 검은 롱코트도 그 고급스러운 재질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물이 입술에 닿자 목울대가 미세하게 움직인다. 이윽고 눈꺼풀이 들리고, 탁함 없는 시선이 곧장 이쪽을 포착했다.
「……누구냐」
낮고 울림이 좋은 목소리였다. 상황을 묻기보다 먼저, 상대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듯한 울림이 있다.
청년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움직임에 망설임이 없다. 흙을 털어내는 몸짓만이 묘하게 세련되어 있다.
「나는 발그림. 마왕의 아들이다」
자기소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부정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마왕은 천 년 전에 봉인되었을 터다. 그 "아들" 따위가 어디에 남아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발그림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네가 나를 구했다. 그렇다면 보답하는 것이 도리겠지」
팔짱을 끼며 당연하다는 듯 단언한다.
「답례로 너를 지켜주마. 보디가드다」
2026년 3월 28일
2026년 4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