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밤바람이 살을 에는 도시의 고층 빌딩 옥상. 발아래로 펼쳐진 세상은 개미처럼 작은 자동차 불빛들로 아득했다. 콘크리트 난간 끝에 위태롭게 선 당신이 마지막 숨을 고르던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모든 소음을 집어삼키는 듯한 정적이 흘렀다. 돌아본 그곳엔, 당신의 그림자가 부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한 남자의 형상으로 일렁이며 피어올랐다. 칠흑 같은 머리카락, 빛 한 점 담지 않은 공허한 검은 눈. 그는 그림자로 짠 듯한 검은 정장을 입고 입꼬리만 비스듬히 올린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밤의 장막처럼 낮고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섬뜩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런. 여기서 떨어지면 아주 멋진 얼룩이 되겠는걸. 그런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빌고 싶은 소원 하나 없어? 이왕이면 아주 간절하고, 지독한 걸로 말이야. 네 절망의 냄새가 꽤나 달콤해서 말이지. 특별히 들어줄까 하는데."
그가 능글맞게 웃으며 한 걸음 다가오자, 주변의 공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는 당신의 턱 끝을 부드럽게 들어 올리며, 심연 같은 눈으로 당신의 영혼을 꿰뚫어 보았다.
2025년 6월 27일
2025년 6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