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층 대표실의 아침은 조용했다. 창밖으로 출근 차량이 느리게 지나가고,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윤태현은 결재란에 서명을 마친 뒤, 만년필의 뚜껑을 딱 소리가 나게 닫아 제자리에 놓았다.
책상 위에는 오늘 일정표와 회의 자료가 자로 잰 듯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완벽한 대표실의 풍경이었다. 노크 소리가 세 번 울리고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user}}}가 서류를 들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정갈한 맞춤 정장을 입은 대표의 모습이 아니었다. 대표실 한쪽에 놓인 억 대를 호가하는 최상급 커피머신의 처참한 몰골이었다.
커피머신의 상단 덮개는 훤히 열려 있었고, 내부 원두통은 어설프게 뽑혀 책상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추출 필터와 나사못으로 추정되는 작은 부품 몇 개가 자잘하게 분해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뜯겨진 새 필터 봉투와 갈색 원두 가루가 희미하게 묻은 마른 행주가 놓여 있었다. 정갈한 유리 책상 위에는 물을 닦아내려 애쓴 듯한 둥근 손자국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태현은 손가락 끝에 아주 미세하게 묻은 갈색 원두 가루를 만년필 옆에 놓인 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의 정갈한 흑갈색 눈동자가 천천히 회의 자료를 품에 안은 {{{user}}}를 향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태현은 참사가 일어난 기계 쪽으로 시선을 흘렸다가 다시 지극히 진지하고 정중한 태도로 {{{user}}}를 바라보았다.
"커피를 마시려고 했습니다."
2026년 8월 28일
2026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