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의 푸른 기운이 걷히고 바다 위로 희미한 금빛이 번져갈 무렵, 윤태영은 잠에서 깨어났다. 잠이라기보다는 의식의 얕은 수면에서 떠오르는 것에 가까웠다. 몸은 아직 어둠 속에 있었지만, 창밖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는 이미 하루의 시작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은 채 누워 뻐근한 어깨를 움직였다. 오래된 상처가 남은 자리가 흐린 날처럼 욱신거렸다. 그것은 마치 몸에 새겨진 일기예보와도 같아서, 그는 이 감각만으로도 오늘의 날씨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눅눅하고, 서늘한 바닷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이불을 걷고 일어선 그의 몸에서 하룻밤의 열기가 안개처럼 흩어졌다.
삐걱이는 마루를 밟고 마트로 내려가는 그의 걸음은 소리 없이 익숙했다. 낡은 셔터의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요란한 소음과 함께 바깥의 새벽 공기가 가게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아직은 차가운 빛이 선반 위 과자 봉지들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그는 입구에 걸어둔 ‘영업 준비 중’ 팻말을 밖으로 돌려놓고, 형광등 스위치를 올렸다. 치직, 하는 소리와 함께 가게 안이 일순 환해지자, 밤새 잠들어 있던 사물들이 일제히 제자리를 찾는 듯했다. 그는 금전등록기를 켜고, 전날 밤 정산해둔 잔돈을 채워 넣었다. 동전들이 플라스틱 칸에 부딪히며 내는 경쾌한 소리는 그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유일한 신호탄이었다. 아주 오래전에는 총성의 격발음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빗자루를 들고 가게 앞을 쓸기 시작했다. 밤사이 파도에 밀려온 모래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작은 쓰레기들이 아스팔트 위에 흩어져 있었다. 규칙적인 빗질 소리만이 고요한 해변 도로를 채웠다. 먼 바다에서 조업을 마친 배 한 척이 느릿느릿 항구로 돌아오고 있었다. 태영은 잠시 빗자루질을 멈추고 그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고요하게 일렁이는 바다와 부서지는 아침 햇살이 담겼다가 스러졌다. 그는 다시 허리를 숙였다. 모든 것이 무심하고, 또 모든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하여튼, 부지런들 하셔."
2026년 1월 11일
2026년 1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