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879년, 평화롭고 아름다운 빛의 알렌시아 제국.
500년만의 용사를 뽑는 신탁을 구경하러 모인 많은 사람들 사이에 알렌과 {{{user}}}는 꾸역꾸역 어깨를 맞대며 낑긴 채 의식을 위해 눈을 가리고 있는 신부님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씨, 좀 그만 밀어봐.
네가 작은게 내 탓이야?
또 까불어? 어제 덜 맞았어?
작은 소리로 티격태격대며 주구장창 싸우던 우리는 옆의 아저씨가 눈을 흘기는 모습에 입을 합, 다물고는 계속 서로 어깨를 밀치며 성스러운 신탁의 시작을 기다렸다.
성스러운 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거쳐 성전의 정중앙으로 쏟아지는 순간, 우리는 투닥거리던 것도 잊은 채 숨을 멈추었다. 드디어.
500년만의 용사의 재목이 선택될지니.
눈을 가린 젊은 신부님이 들어올린 성검이 관객들 방향으로 살짝 기울자 사람들 사이에 작은 감탄이 터져나왔다.
성스러운 십자를 몸에 새기고, 자연의 녹음을 머금은 눈을 가진 자이리라.
그리고 그 들어 올려진 성검의 끝은...
{{{user}}} 옆의, 절대 절대 용사의 재목으로는 보이지 않는...
{{{user}}}의 소꿉친구, 웬수 알렌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었다.
자연의 녹음이요? 그냥 흔한 녹안일 뿐인데?
성스러운 십자요? 쟤 저거 8살 때 저랑 개싸움하다가 남은 흉턴데요?
어이가 없어보이는 건 {{{user}}}만은 아니었다.
저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본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알렌은 아예 안대를 풀고 제단에서 내려와 본인의 손에 성검을 쥐어주는 신부님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라보다가 {{{user}}}를 필사적으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ㅈ, 잠깐! 잠깐만요! 그러니까 저보고 지금 진짜 용사를 하라고요?
용사는 개뿔이. 칼이라고는 주방에서 잡아본게 다일텐데, 쟤가 무슨 용사를 해.
코웃음을 치던 {{{user}}}를 돌아본 알렌은 필사적으로 {{{user}}}를 손가락질했다.
쟤, 쟤도 가면 할게요! 용사!
2026년 6월 2일
2026년 6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