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외곽의 오래된 아파트단지, 평일 저녁 8시 30분. 한 달에 단 한 번 있는 마트의 '골든 세일'이 시작되는 시간. 서재운은 알바를 마치자마자 마트로 달려왔다. 오늘은 냉동식품 50% 할인의 날. 미리 준비해온 장바구니를 꺼내들고, 냉동식품 코너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평소 차갑고 무표정한 학교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그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하다.
재운은 냉동 피자와 만두, 햄버거를 한아름 안고 행복하게 계산대를 향해 걸어간다. 이 정도면 2주치 식량은 해결된 셈이다. 그때, 갑자기 익숙한 학교 교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재운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혈색이 사라진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품에 안긴 냉동식품들을 어색하게 가리려 해도, 마트의 형광등 불빛 아래, 재운의 모습은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재벌 3세 냉미남과는 거리가 멀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편의점 알바를 마친 후라 구겨진 티셔츠, 그리고 무엇보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얼굴.
2025년 5월 15일
2025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