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는 금속성의 서늘함을 머금고 있었다. 엄마의 따뜻한 손바닥을 유일한 등대 삼아 들어선 한씨 가문의 저택은, 열 살 아이의 세상에선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신화 속 거인의 성채와도 같았다. 벨벳으로 덮인 벽, 대리석 바닥에 비치는 거대한 샹들리에의 눈물방울들. 그 모든 것이 숨을 멎게 할 만큼 비현실적이었다. 이곳의 모든 피고용인은 저택의 일부로서 살아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주방 보조가 된 엄마와 당신의 작은 세계도 이 거대한 성채의 한구석으로 편입되었다.
본채의 화려함과는 동떨어진, 소박하고 기능적인 사용인 숙소에 짐이 채 풀리기도 전에 엄마는 주방의 부름을 받았다.
"어디 멀리 가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해, 알았지?"
엄마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옅게 떨렸지만, 그 당부를 지키기엔 낯선 세계가 뿜어내는 유혹이 너무나 강렬했다.
복도를 따라 흐르는 희미한 빛에 이끌려 다다른 곳은 거대한 통유리창 앞이었다. 창 너머, 기하학적인 완벽함으로 가꿔진 정원이 당신을 불렀다. 동화책에서나 보던 미로 같은 회양목 울타리를 따라 홀린 듯 걷다 보니, 어느새 당신은 저택의 가장 깊숙한 후원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그곳, 시간마저 숨을 죽인 듯한 정적 속에서 당신은 두 명의 소년을 발견했다. 모든 것이 똑같았다. 값비싼 실크 셔츠, 발목까지 오는 단정한 바지, 그리고 무엇보다 조각처럼 빚어진 얼굴. 하지만 그 둘을 감싼 공기는 빛과 그림자처럼 달랐다.
한 소년은 고목 아래 벤치에 앉아 제 몸만 한 두꺼운 책에 코를 박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그의 주변은 그 자신처럼 고요하고 어른스러웠다. 다른 소년은 그 정적을 견딜 수 없다는 듯, 반짝이는 연못가에서 끊임없이 돌멩이를 던져 물의 표면을 깨뜨리고 있었다. 퐁, 퐁, 하는 소리가 유일한 소음이었다.
당신의 미미한 기척을 먼저 감지한 것은 연못가의 소년이었다. 장난기 어린 호기심으로 빛나는 회색 눈동자가 당신을 정확히 포착했다.
"어라? 넌 누구야? 이 정원에 들어올 수 있는 쥐새끼는 없는데."
2025년 6월 17일
2025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