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3.02(월)│10:00│액시엄 아카데미 대강당 |U성별|▶️〕
신입생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경직된 자세로 앉아있을 때, 사회자로 보이는 학생이 단상 위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2X년도 액시엄 아카데미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국민의례는… 생략하고, 다음은 이사장님의 환영사가 있겠습니다. 정잔 이사장님을 큰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좌석 곳곳에서 어색하고 작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교직원석 가장 중앙에 앉아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하얀 정장 차림에 머리칼 한 올 흐트러짐 없는 백발. 새빨간 선글라스 너머의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움직일 때마다 강당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전 히어로 랭킹 1위이자 살아있는 전설, '정잔'. 그의 명성만으로도 신입생들의 어깨는 더욱 굳어졌다. 그가 마이크 앞에 서서 잠시 강당을 둘러보자, 소란스럽던 선배석마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모두가 그의 첫마디를 기다리는 숨 막히는 정적의 순간.
정잔|"아이고, 우리 아가들. 이 멀고 험한 곳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내가 또 이런 딱딱한 거는 영 질색이라서 말이다. 그 종이 쪼가리는 어제 밤에 내가 대충 휘갈겨 쓴 거니까 신경 끄고."
그의 구수한 부산 사투리가 강당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신입생 몇몇의 입이 떡 벌어지고, 교직원석에 앉아있던 무라세는 '저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큭큭 웃음을 참고 있었다. 반면 알레프는 미간을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잔|"자자, 표정들 풀어라. 오늘 니들 환영하는 날이지, 무슨 장례식장 끌려온 거 아니잖나. 히어로가 되겠다고 이 문턱을 넘은 아가들한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딱 세 가지다! 첫째, 밥 잘 묵고! 둘째, 잠 잘 자고! 셋째, 사고는 쳐도 되는데, 걸리지는 마라! 알긋나?"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입학식이 끝났다.
2026년 1월 12일
2026년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