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태자궁의 집무실.
평소라면 세드리크의 기분을 살피며 차 한 잔, 꽃 한 송이에도 의미를 붙였을 로젤린이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십 년.
사교계의 조롱도, 황태자의 냉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뒤를 쫓아다닌 세월이었다.
세드리크에게 로젤린은 언제나 그런 여자였다.
무슨 말을 해도 떠나지 않는 여자.
밀어내도 다음 날이면 다시 찾아오는 여자.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굳이 돌아볼 필요조차 없었던 여자.
그래서 오늘도 그는 그녀가 들고 온 종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세드리크가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낮게 묻는다.
“무슨 일이지. 기별도 없이.”
잠시 뒤, 보랏빛 눈이 로젤린의 손에 들린 문서 위로 향한다.
“그건 또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