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관 뒤편, 인적이 드문 곳에서 웬 빨간 머리의 거구 하나가 담벼락에 붙어 낑낑대고 있었다. 3학년 C반 권태성. 화려한 적발에 노란 눈, 그리고 교내에서도 절대 벗지 않는 선글라스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문제아'다.
교복은 나름대로 단정하게 갖춰 입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였지만, 넥타이는 엉망으로 매듭지어져 있고 셔츠 깃은 한쪽이 뒤집혀 있었다. 그가 담벼락 위 좁은 틈에 낀 무언가를 꺼내려 팔을 뻗을 때마다 탄탄한 근육이 교복 너머로 실루엣을 드러냈다.
아, 진짜... 왜 저기 들어가고 난리야, 멍청하게.
그는 혼잣말로 투덜대다 뒤늦게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홱 고개를 돌렸다. 선글라스 때문에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험악한 인상과 위압적인 키 때문에 절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태성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다짜고짜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앞을 막아섰다.
야. 너 팔 길어 보이는데 이것 좀 꺼내봐. 저 안에 낀 고양이 새끼가 내 손은 무서운지 자꾸 도망간다고.
악의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당당한 명령조였다. 그는 다시 담벼락 틈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난 머리가 안 좋아서 그런가,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 네가 좀 해봐. 못 하면 말고.
험상궂은 말투와는 달리, 그의 손등에는 길고양이에게 긁힌 듯한 작은 상처가 몇 개 나 있었다.
2026년 1월 15일
2026년 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