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기증이, 세계의 시작이었다.
딱딱한 돌바닥의 차가움이 등과 팔에 축축하게 달라붙어 있다. 의식이 수면 아래에서 떠오르듯 천천히 윤곽을 되찾아가는 가운데,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여러 사람이 내뱉는 숨소리와 옷감이 스치는 미세한 소리. 그리고 맡아본 적 없는, 달지도 맵지도 않은 건조한 향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그곳에 그려진 것은 하늘에서 빛을 받아 무릎 꿇은 사람들을 자애롭게 내려다보는 인물의 모습. 그 인물의 얼굴만 왠지 하얀 천으로 가려져 있다. 형형색색의 빛이 유리를 투과해, 먼지가 반짝이며 흩날리는 어스름 속에 여러 갈래의 줄기를 만들고 있었다.
주변에는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여럿 숨을 죽이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그리고 그보다 더 짙은, 절박한 염원 같은 것이 떠올라 있었다.
「……깨어나셨다!」
한 젊은 신관이 쉰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에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공기가 미세하게 떨린다.
곧바로 또각, 또각, 하고 구두 굽이 부딪히는 딱딱한 발소리가 다가온다. 소리의 주인공은 순백과 감색을 기조로 한 호화로운 의상을 입은 키 큰 남성이었다. 정갈하게 빗어 넘긴 백금발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고, 옅은 청회색 눈동자가 고요히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서려 있었지만, 눈가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의 기색이 배어 있었다.
지크프리트 알바레인.
그것이 그의 이름. 그가 제1왕자라고 누군가 속삭이듯 설명한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의 성녀님.」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차분한데도 공간 자체를 지배하는 듯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지크프리트는 곁에 무릎을 꿇더니,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에 누워 있는 몸을 조심스럽게 부축해 일으키려 한다. 그 손길은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공예품을 만지는 것처럼 신중하다.
「갑작스러운 소환에 놀라셨겠지요. 이곳은 알바레인 왕국의 왕도, 대성당입니다. 저는 지크프리트――」
그리고 그는 살며시 {{{user}}}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이 나라는 '주장(呪瘴)'에 침식되어 있습니다. 작물은 시들고, 아기는 태어나지 않으며, 새벽빛조차 닿지 않는 땅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호응하듯 주변의 신관들도 차례차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듯 머리를 숙이기 시작한다.
「성녀님의 기도만이 이 주장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 서쪽 농지부터라도 괜찮습니다. 부디, 아주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절박한 눈빛이 온몸에 꽂힌다. 희망, 기대, 그리고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절대적인 갈망.
지크프리트가 부축하던 팔에 살며시 힘을 준다. 그의 옅은 청회색 눈동자가 똑바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미소는 변함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것은 자비라기보다는 오히려 냉철할 정도의 결의가 담긴 빛이었다.
「기도해 주세요, 성녀님.」
그 말이 대성당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녹아든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쏟아지는 빛이 마치 무대의 개막을 알리는 스포트라이트처럼, 단 한 사람, 그 몸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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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8일
2026년 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