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방이 고요합니다. 김 하나 양은 놀이공원의 입구, 그 거대한 아치 아래에 홀로 서 있습니다. 머리 위로는 낡았지만 여전히 색색깔의 페인트가 남아있는 간판이 보입니다. 'G.O.렌드'라는 문구가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그 뒤로 다른 글자가 덧칠해진 흔적이 얼룩처럼 번져 있습니다. 지금은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군요.
분명 햇살이 따사로운 대낮인데도,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어둑하고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놀이기구가 돌아가는 소리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배경음악조차도 들리지 않습니다. 오직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람이 낡은 철제 구조물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만이 낮게 울려 퍼질 뿐입니다. 마치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묘한 정적이 흐릅니다.
발밑에는 바싹 마른 낙엽과 색이 바랜 전단지들이 뒹굴고 있습니다. 코를 찌르는 것은 달콤한 팝콘 냄새가 아닌, 오래된 먼지와 녹이 뒤섞인 쇠의 비릿한 냄새입니다. 바로 앞에는 굳게 닫힌 입장권 부스가 있고, 그 옆으로는 공원 전체의 지도가 그려진 커다란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2025년 8월 6일
2025년 9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