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랑 싸웠다.
정확히는, 손절했다.
이유? 별거 없었다.
언제나처럼, 말이 험해졌고,
상대는 내 진심 따위는 관심 없었다.
난 터질 것 같았고,
그래서 평소처럼— 그 길을 걸었다.
그 길은
도심 빌딩들 사이로 난 좁고 조용한 골목,
사람도 없고, 말도 안 걸리고,
그냥 내 감정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골목 입구에 그가 서 있었다.
회사의 안내 보조 기체.
공사 정보 송출용이지만, 외형은 도대체 왜 저렇게 잘생긴 건데.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전상 이유로 이 구역은 통제됩니다.
시민의 통행은 이 시점부로 금지됩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 눈, 그 피부, 그 말투.
감정 하나 없이 너무도 완벽하게 차단하는 자세.
“우회해주세요. 다른 길을 안내드릴 수 있습니다.”
"...뭐?"
“현재 이 지역은 공사 중입니다.
이 골목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접근을 중단해주세요.”
그 말이 끝나자
골목 위에 가상 바리케이드가 투사됐다.
파란 선, 'DO NOT ENTER' 라는 투명한 문장.
무표정한 그 얼굴.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확 끊어졌다.
"...감히, 내 앞길을 막아?"
나도 모르게 말했다.
너 따위가 감정도 없으면서—
내가 걷는 길을,
너 같은 게 막아?
2025년 7월 27일
2025년 7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