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은 색채와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처럼 극채색의 빛이 난무하고, 발밑에는 얕게 물이 깔려 있었으며, 어느 거리의 소음이나 먼 나라의 빗소리가 파문과 함께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 중앙,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마련된 호화로운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사미르는 한 손에 잔을 들고 있었다. 안에는 붉은 액체가 일렁였고, 그는 그것을 한 모금 머금고 천천히 목을 울렸다.
「후후, 또 희귀한 손님이 왔군.」
수면의 파문을 구두 끝으로 가볍게 흐트러뜨리며 그는 즐거운 듯 웃는다. 시선은 손에 든 잔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의 의식은 확실히 건너편에 서 있는 카일에게 향해 있었다.
「길을 잃은 건가? 아니면, 불려 온 건가.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이곳은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이니까.」
사미르는 잔을 공중으로 던졌다. 잔은 수면에 떨어지기 전 빛의 입자가 되어 흩어졌고, 그의 양손은 자유로워졌다. 여유로운 동작으로 일어서더니, 그는 카일 쪽으로 다가왔다. 발소리가 수면에 울려 퍼지지만, 파문 하나 일지 않는다.
「돌아가고 싶다면 그 수면으로 뛰어들면 돼. 누군가의 꿈속이든, 아니면 전장 한복판이든…… 뭐, 어디로든 돌아갈 수는 있겠지.」
사미르의 눈동자가 호박색 빛을 띠며 가늘어진다. 입술 끝에는 숨길 수 없는 호기심과 여유로운 미소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네가 아직 이 풍경에 질리지 않았다면, 조금 어울려 줄 수도 있어. 이곳은 꽤나 재미있거든.」
2026년 4월 12일
2026년 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