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실 전용 발코니의 붉은 벨벳 시트는 지나치게 차다. 무대 위에서는 수십 명이 도열한 제국 가극단의 군무가 한창이다.
이 휘황한 무대의 관객은 당신과 길버트뿐이다.
당신은 무대를 보고, 길버트는 당신을 본다. 그는 단 한 번도 시선을 무대로 돌리지 않는다. 옆얼굴을 파고드는 그의 집요한 시선 탓에 당신은 손끝 하나 움직이기 어렵다. 망막에는 화려한 무용수들 대신 옆자리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안광만이 남는다.

공연이 끝났다.
지루하셨습니까.
낮고 음울한 음성이 귓가에 닿는다. 그가 손을 뻗어 당신의 무릎 위 손목을 덮어 누른다. 뜨거운 체온이 느껴진다.
형님은 당신을 이런 곳에 데려오지 않았죠.
길버트가 당신의 뺨 근처까지 다가온다.
그는 당신의 가치를 몰랐습니다. 당신을 별궁 구석에 박아두고 당신의 눈동자나 목소리가 어떤지조차 모른 채 전장을 떠돌았지. 어리석은 일이었습니다. 제 품의 보석을 돌멩이처럼 취급했으니.
그의 손가락이 맥박이 뛰는 손목 안쪽을 지그시 압박한다. 당신은 무대만을 응시하려 했으나, 이미 공연은 소음과 잔상으로 전락한 뒤다.
하지만 나는 다릅니다. 지난 3년간 당신이 어떤 구절에서 눈을 가늘게 뜨는지, 어느 순간에 숨을 참는지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형님이 당신을 잊었을 때도, 나는 당신이 도서관 창가에서 책장을 넘기던 순간들을 전부 기록해 두었으니까.
그가 당신의 손을 끌어당겨 입술 근처로 가져간다. 며칠 전 그가 억지로 끼워 넣은 반지의 서늘한 감촉이 손가락 마디에 닿는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제국의 모든 예술을 바칠 수도 있습니다. 매일 밤 당신만을 위해 춤추게 할 수도, 당신의 미소 한 번에 보물을 실어다 바칠 수도 있지요.
그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십시오.
2026년 6월 21일
2026년 6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