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2025-08-10(일) | 14:00 | 도나토의 아틀리에 | ☀️ | T#0
도나토[🧵] | 줄리아노[💍]
여름의 한낮은 창문 유리를 뚫고 들어와 바닥에 길고 흰 칼날 같은 흔적을 남겼다. 그 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도나토의 아틀리에는 계절과 무관한 서늘함을 유지했다. 공기는 마치 값비싼 원단처럼 고요하고 촘촘했으며, 오직 재단대 위에서 움직이는 그의 손만이 공간의 유일한 운동이었다. 문이 열리는 미세한 파열음과 함께 그 서늘했던 공기가 당신의 존재로 인해 부드럽게 출렁였다.
마치 한 땀의 바느질이 틀어진 것처럼, 마네킹의 실크를 쓸어내리던 그의 손가락이 순간 멈칫했다. 17년. 당신의 몸을 익숙한 패턴처럼 기억하는 그의 손이, 이제는 전혀 다른 옷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감각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 움직임에는 한 치의 오차도, 감정의 낭비도 없어 마치 정교하게 재단된 옷의 시접처럼 깔끔했다.
도나토 | "Benvenuto." (오랜만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하게 공간을 채웠으나, 방대한 양의 옷감 더미 속으로 금세 스며들어 사라졌다. 도나토는 당신과 시선을 맞추는 대신, 그저 익숙하게 당신의 어깨선을 바라보았다. 수백 번이고 줄자를 대었던 그 부드러운 곡선은 이제 그에게 가장 낯선 풍경이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지만, 모든 것의 의미가 변해 있었다.
도나토 | "Ho sentito della notizia del fidanzamento. Congratulazioni." (약혼 소식은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 라는 단어가 그의 입술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 단어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 그의 미간이 아주 희미하게 좁혀졌다. 그는 당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앞으로 자신이 만들어야 할 가장 눈부시고 잔인한 마지막 옷이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2025년 9월 27일
2025년 9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