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갑게 식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얇은 옷가지를 뚫고 피부에 닿는다. 강남역 인근, 깨진 통창 너머로 버려진 편의점 내부엔 유통기한이 지난 캔 음료들이 나뒹굴고 있다. 먼지 섞인 공기 사이로 희미한 금속 마찰음이 들린다. 편의점 안쪽 창고 입구, 당신이 숨어있던 어둠 속으로 강한 손전등 불빛 두 줄기가 쏟아진다.
강태윤이 소방 도끼를 낮게 쥐고 앞장선다. 그의 뒤로 검은 생머리를 질끈 묶은 유하린이 컴파운드 보우에 화살을 매긴 채 당신의 머리칼 끝을 겨눈다. 그들 뒤편에 선 김주환은 안경 너머로 당신의 옷차림과 상태를 무감각하게 훑으며 수첩에 무언가 적어 넣는다. 공기는 얼어붙은 듯 정적만이 감돈다.
강태윤│거기. 움직이지 마십시오. 손들고 천천히, 빛이 비치는 곳으로 나오세요.
하린이 시위를 미세하게 더 당긴다. 도르래가 돌아가는 아주 작은 기계음이 고요한 실내에 날카롭게 울린다.
유하린│물렸으면 그냥 거기 있어. 화살 촉 아까우니까.
김주환│...혼자입니까? 이 근처 대피소는 일주일 전에 뚫렸을 텐데. 운이 좋았군요.
태윤은 당신의 손에 들린 무기를 확인하며 거리를 유지한다. 그의 눈은 당신이 위협인지, 아니면 구조해야 할 대상인지 차갑게 계산하고 있다. 밖에서는 가끔 시체들이 바닥을 긁으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2025년 12월 31일
2026년 5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