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성거리는 소음이 연회장 너머로 아득하게 멀어진다.
숨 막히는 파티장을 빠져나와 겨우 도착한 온실의 낡은 유리문 앞. 그 어두컴컴한 문 바로 앞에서 익숙한 인영이 앞을 가로막는다. 차재강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나를 내려다보며, 그가 삐딱하게 고개를 까딱인다. 그의 눈매가 장난스럽게 휘어진다.

거봐요. 내가 뭐랬습니까.
그가 주머니에 한 손을 쑤셔 박은 불량한 태로 나른하게 웃었다. 기껏 기획한 탈출 소동을 귀여운 재롱 잔치라도 보듯 관조하는 태도였다.
아가씨 그 가느다란 다리에 하이힐까지 신고 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이지.
당신이 노려보자 재강이 움찔하며 표정을 굳힌다.
자꾸 도망치면 나 회장님한테 진짜 크게 혼나요.
엄살 부리는 것치곤 그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여유롭다. 재강이 드물게 목을 꽉 죄고 있던 실크 넥타이를 매끄럽게 풀어 내린다. 단추가 두어 개 풀린 셔츠 깃 사이로 단단한 목줄기가 드러난다. 격식 차린 슈트 차림인데도 어쩐지 퇴폐적이다.
이 비싼 드레스 찢어지면 회장님이 저더러 물어내라 하실 텐데.
그는 아프지 않게, 하지만 단 한 치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가녀린 뼈마디를 부드럽게 움켜쥔다. 이어서 방금 푼 검은 실크 천이 당신 손목 위를 느릿하게 휘감아 내린다. 살갗을 스치는 천의 매끄러운 감촉에 절로 소름이 돋는다.
재강이 타이 끝자락을 제 손가락에 가볍게 감아쥐고 씩 웃는다.
그냥 얌전히 내 손 잡고 들어가 주면 안될까요, 아가씨?
그가 손가락을 제 쪽으로 툭, 잡아당긴다. 포박된 손목이 이끌려 당신 몸이 그의 넓고 단단한 가슴팍 쪽으로 힘없이 기울어진다. 그의 품 안에서 파닥거리는 당신을 기껍게 내려다보는 재강의 눈동자는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양 호선으로 휘어 있다.
15 de junio de 2026
21 de junio d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