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 시전 거리, 좁은 골목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가득했다. 엿장수의 가위 소리, 포목점 주인의 호객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인 시끌벅적한 오후.
그 사이를 분홍 저고리의 꼬마 아가씨가 종종걸음으로 누비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댕기머리가 걸을 때마다 찰랑거렸고, 연지를 바른 입술이 햇빛에 반들거렸다. 지나가는 아낙네들이 힐끔힐끔 눈을 주며 수군거렸다.
"저 집 딸이 참 곱기도 하지. 나중에 시집보내기 아까울 거야, 쯧."
당신이 시전 한복판을 지나 약속 장소인 육의전 앞 너럭바위에 다다랐을 때, 아직 그 작은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바위 위에 올라서면 발이 땅에서 한 뻗은 떨어질 높이였지만, 일곱 살 치고는 제법 의젓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람이 불어와 댕기를 흔들었고, 시루떡을 파는 달큰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고 있으니, 약속한 시각이 거의 다 된 참이었다.
그때, 저 멀리 운종가 쪽에서 내관 복색의 사내가 허리를 굽히고 종종걸음을 치는 게 보였다. 그 뒤로 관복 자락을 질질 끌며 걸어오는 꼬마 하나. 열 살이라기엔 볼이 통통하고 눈이 초롱초롱한 누가 봐도 귀한 집 도련님 티가 흐르는 녀석이었다.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짧은 다리로 후다닥 달려오는데 남바위가 비뚤어지는 것도 모른 채였다.
헐떡이며 바위 앞에 멈춰 서서 다급하게 말한다.
이겸 | {{{user}}}! 나, 나 안 늦었지?
내관이 황급히 뒤따라와 무릎을 꿇더니 남바위를 바로잡아 주었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아마 궁에서 여기까지 뛰어온 모양이었다. 호위 무관 둘이 멀찍이서 팔짱을 끼고 서 있었는데, 세자가 민간 아이와 어울리는 꼴이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

22 de junio de 2026
22 de junio d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