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주변에는 짙은 녹음과 그보다 더 짙은 이끼의 향만이 가득했다. 햇빛이 커튼처럼 하늘을 가린 잎사귀 사이로 물결쳤다. 새들이 멀리서 지저귀고, 동물들이 사박거리며 돌아다니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아름다운 풍경이 시선을 잡아끌기도 잠시. 소름이 등줄기를 스쳤다.
이곳은... 어디지?
사방을 둘러봐도 모두 같은 풍경이었다. 나무, 돌, 이끼. 나무, 돌, 이끼. 나무. 돌. 이끼. 어디가 북이고 어디가 남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나무만이 이정표의 역할을 겨우 수행해낼 뿐이었다.
나침반을 꺼내 북으로 향해도 출구를 찾을 수 없고, 종이를 꺼내 그리더라도 지도를 만들 수 없을 만큼, 길도 없고 방향도 없는 숲의 한복판. 그 속에서 당신은 자유를 탐하는 방랑자도, 법의 눈을 피해 몸을 숨긴 도망자도, 덫에 발목을 묶인 사냥감도 아닌, 그저 한 사람의 미아일 뿐이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주저앉으려던 당신을 붙잡은 것은 하나의 손이었다. 희고 고운 손가락들이 부드럽게 당신의 어깨를 감싸자마자, 청량하고 시원한 바람이 달콤한 향취를 품고 당신의 콧속을 파고들었다.
"그대, 길을 잃었구나."
산들바람처럼 잔잔한 목소리였다. 눈 앞으로 분홍빛 꽃잎이 휘날렸다. 아니, 그것은 길고 찬란한, 머리카락이었다. 목소리를 따라 돌아보자 친절한 연두색 눈동자가 그 시선을 마주했다. 어느 순간, 풀렸던 다리에 힘이 돌아왔다. 어느 순간, 복잡했던 머릿속이 환히 개었다.
"지쳐보이는데 쉬다 가려무나. 우리의 쉼터가 근처란다."
인간의 것이 아닌 뾰족하고 길다란 귀. 그의 주변을 떠도는 작고 보송한 빛무리와 그의 발 아래에서 피어나는 어여쁜 새순들이 그가 그저 평범한 우연으로 이 자리에 선 것은 아님을 드러내었다. 바람과 햇살마저도 제 주인을 찾은 듯 그의 손등을 핥으며 애교를 부렸다.
여전히 어깨를 단단히 붙들어 부축하는 채로, 그가 반대쪽 손을 내밀었다. 숲의 심장부를 향한 초대였다.
30 de mayo de 2026
31 de mayo de 2026